편집 : 2017.6.26 월 09:10
> 뉴스 > Break Time | 핫이슈
     
영화 <변호인>, '인물의 위대함' 아닌 '민주주의의 가치'를 외치다
2014년 01월 02일 (목) 박성민 smpark@jkn.co.kr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이 인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누적관객수 635만9천542명을 동원했다. 지난 해 12월 18일 오후 5시 전야 개봉한 '변호인'은 정식 개봉일인 19일로부터 14일 만에 6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이에 1천만 영화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변호인'은 양우석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변호인'으로 스크린 연출 데뷔에 나선 양우석 감독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려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같이 고민하며 지금의 1020 세대에게는 공감을, 그 세월을 경험한 분에게는 회상하고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하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변호인'은 백미로 손꼽히는 송강호 3분 롱테이크 법정신은 물론이고 막힘없는 연출과 전반부 후반부로 나뉜 중심 잡힌 스토리는 내용을 뒤로하고서라도 영화 자체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역대 1천만 돌파 영화들을 살펴보면 신인 감독으로 첫 작품에서 이같은 대기록을 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영화 '변호인'의 주된 소재는 부림사건이다. 부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 신군부 정권 초기에 발생한 용공 조작 사건으로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불법 체포해 감금, 고문한 사건이다.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 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고졸 학력의 한 변호사가 수완을 발휘하여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판사를 그만둔 그는 부산으로 내려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여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불편한 시국에 대한 인식은 접어둔 채로,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며 재산을 늘리는 데 성공한다. 이어서 그는 '세금 전문 변호사'로 다시 한 번 변화를 시도하고, 당대 10위 대기업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도 받게 된다.

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은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그저 수완 좋고 사람 좋은 변호사였던 그의 인생은 단골 국밥 집의 아들 진우(임시완)이 국가보안법 사건에 연루됐음을 알고, 진우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의 변호인을 자청한다.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가 그의 삶에서 가장 큰 전환기를 맞는 것은 이 지점이다. 돈과 출세를 위해 돌진하던 그는 간첩 조작사건의 피해자인 청년의 변호인으로 나서면서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변호인이 된 그는 살벌한 정치적 현실과 직접 마주친다. 그리고 그가 지닌 인간에 대한 연민과 정의감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세상과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와 에너지로 급속히 전환된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던 송우석은 진우의 사건에 차동영 경감(곽도원)을 비롯한 공권력의 고문 행위가 있음을 알게 되고 고문 장소까지 찾아가 그와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재판에서 그를 고문 행위 여부와 관련된 증인으로 신청한다.

다섯 번의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송우석은 고문 사실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변호사라는 사람이 국가가 뭔지도 몰라?"라며 자신을 애국자로 포장하는 차동영과 대립한다. 차동영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무기로, 진우의 입을 막고 송우석의 주장을 무력화 시킨다. 이 장면은 송우석이 본질적인 가치를 주장하며 헌법을 말하는 장면으로 단연 '변호인'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면이다.

한편, 정치인들 사이에서 변호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정치인들이 속속 영화 관전평을 SNS에 올리고 있는데, 지난 해 26일에 원희룡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관전평을 올렸다.

원 전 의원은 "영화 '변호인'을 봤다. 영화에서 지금의 분위기를 느끼는 관객이 많을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신호"라고 썼다. 이어 "국가가 국민에게 부당한 폭력으로 군림할 때, 변호인 같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민주화 시대로 넘어설 수 있었다. 공안의 과잉과 정치의 마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민과 권력의 대결구도를 가져온다는 역사의 경험을 늘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민의 압도적 동의로 건너온 민주화의 강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영화 '변호인'은 그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별한 의지로 자신의 생존과 주권을 확보한 한 개인적 인간이 타인의 그것을 위해 투쟁하면서 사회적 인간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변호인'이 흥행가도를 달리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영화에 담긴 굵직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점이 '인물의 위대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라는 점이다. '변호인'이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일대기가 아니라 특정 시기의 사건을 줄거리로 설정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 미네르바(http://www.cufsminerv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로그인후 기사의견을 작성하실수 있습니다. 
전체기사의견(0)
미네르바소개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동 270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Tel) 02-2173-2580 Fax) 02-966-6183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기석
Copyright 2004 Cyber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nerva@c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