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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님과의 대화
2010년 08월 01일 (일) 조은비 기자 garcis1004@hotmail.com

   


1. 간단한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이버한국외대 학장을 겸하면서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1996년부터 재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78학번이고, 학석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미국 유학을 떠나 1992년 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귀국하여 ETRI에 복귀한 후 1996년 외대로 올 때까지 CDMA 이동통신 시스템을 연구개발하였습니다. 용인캠퍼스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용인 수지에서 아내와 중3인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2. 학생들의 어떤 점을 통해 그 학생의 ‘잠재력’이라는 것을 보십니까? 즉 ‘잠재력이 있다.’ 라고 생각이 드는 학생은 어떤 학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학생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대하는 태도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하여 잠재력을 평가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사고 능력이나 인내력 등이 포함되겠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요소(지식이나 인적 리소스를 포함해서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 이런 요소들을 종합하여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리더쉽도 포함됩니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학생들의 학습활동이나 자치활동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3.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요즘 어느 대학이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주요 교육목표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는데, 글로벌 인재의 기본은 탄탄한 외국어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한국외대의 최대 장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한국외대의 외국어교육에 대한 명성을 이어받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외대는 45개의 언어학과를 가진 세계 3위의 언어교육기관으로서 기업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외대와의 학점교류 협약에 의해 사이버한국외대 학생들은 한국외대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서, 더 많은 종류의 외국어와 다양한 지역 문화를 학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문이 열려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글로벌 인재육성 환경은 다른 사이버대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점입니다.

4.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오프라인 수업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여율이 낮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오프라인 수업이 주로 토요일에 이루어지다 보니 토요 휴무인 직장인이 찾아오기 어렵습니다. 향후 사이버한국외대 건물이 신축되면 공간 부족이 해결되어 주중에도 저녁 시간에 오프라인 수업이 가능할 것입니다. 주중에 이루어지는 강의를 개설하여 직장인들이 퇴근하면서 들러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토요일에 오프라인 수업만을 위해 학교에 찾아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업과 함께 학생과 교수, 학생과 학생 간 교류를 할 수 있는 이벤트를 더 많이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5. 영어 다음으로 널리 쓰일 언어가 있다면 무엇이 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언어는 사용하는 국가의 경제적, 문화적 지배력과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이 세계의 부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중국어가 많이 사용되지 않을까요? 이미 중국에 있는 일류 대학에 많은 서양 학생들이 유학 와서 공부하고 있고, 이들이 중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하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고 문화적인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여 중국어를 보편화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됩니다.

6. 한국어학부의 교원자격증은 실제로 어느 분야에서 사용이 가능한 자격증입니까? 교직이수를 한 경우 취득할 수 있는 교원자격증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습니까?

한국어학부에 입학하여 지정 영역별 요구 학점을 이수하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급하는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이 자격증을 가지면 국내외 한국어교육기관에서 외국인이나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내 외국인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로 일할 수 있으며, 해외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사범대 국어교육과나 일반 대학의 국문과에서 교직 과목을 이수하면 나오는 자격증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급하는 한국어 정교사 2급 자격증으로,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중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을 할 수 있습니다.

7. 외국 학교들과 학술교류를 맺을 경우 실제적인 이득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실례를 들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외국 대학교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학점교류, 7+1제도, 복수학위제도 등 학교별로 여러 가지 형식의 교류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7+1제도는 사이버한국외대에서 7학기를 수강하고 한 학기를 교류협정을 맺은 외국 대학에 가서 수강을 하는 제도입니다. 학생들이 현지에 직접 가서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복수학위제도는 사이버한국외대에서 2년 공부하고 외국 대학에서 2년 더 공부하면 양측 대학에서 수여하는 학위를 받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해외 대학들과 교류협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8. 학장님께서 특허가 있으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이동통신과 무선통신입니다. 학교로 오기 전 연구소에서 CDMA 이동통신 시스템을 연구개발하는 일을 했는데, 그 당시 CDMA 시스템 성능을 개선한 특허가 몇 건 있습니다. 학교로 온 후에는 근거리 무선통신 분야를 주로 연구하였습니다. 일반인들도 많이 들어본 근거리 무선통신의 예를 들면 무선랜이나 블루투스가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근거리 무선통신 방식을 개발하여 국내외 특허를 등록했고, 산업체와 협력하여 국제 표준화에 반영시켰습니다. 제가 개발한 국내 기술이 제품화되어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아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9. 학장님께서는, 어떠한 일에 대한 진행을 할 시에 앞뒤에 대한 것을 면밀히 따져보고 행하시는 편이십니까? 아니면 ‘번쩍’ 하고 떠오르는 일에 대해 일단 해 보고 판단하시는 편이십니까? 적절한 사례를 들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공학자라서 그런지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타당성을 많이 따져보는 스타일입니다. ‘번쩍’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기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보다는 먼저 단계별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하여 검증을 마친 후에 실행에 옮깁니다. 특히 잘못된 판단으로 하여 여러 사람이 영향을 받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하게 고려합니다.

10. 학장님의 마음에 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감사하다', '미안하다' 등의 표현에 대해 솔직하신 편이십니까?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입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잘 나타내지 못하다 보니 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냉정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11. 학장님으로서 학교 일에 대해 가장 보람이 있으셨던 적은 언제이십니까?

우리 대학의 가장 큰 염원은 단독 건물을 갖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강의실이나 실습과 학생 자치활동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고, 좁은 공간에서 교직원들이 근무하는 환경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법인 이사회에서 사이버한국외대 건물 신축을 승인하여 빠르면 올해 말에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이 완공되어 우리 학교 구성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12. 학장님으로서 가장 힘드셨던 적은 언제셨습니까?

어느 사회나 단체에서도 분열되는 모습은 아름답지 못하고 상처를 많이 남깁니다. 총학생회 구성원 간의 불신, 그리고 학교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해 갈등이 있던 때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이나 교직원 모두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의 가족입니다. 너무 사이가 가까워서 싸우는 것도 가족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다 내주고 한마음이 되는 것도 가족입니다. 앞으로는 모두 단합하여 사이버한국외대의 발전을 향해 같이 걸어갈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13. 추천하시고 싶은 도서가 있다면 세 권만 추천을 부탁 드립니다. 이유 혹은 줄거리 등과 같이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성철스님법어집 <자기를 바로 봅시다>, 최인호의 <유림>을 권하고 싶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과학교양서로 어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습니다. 저자인 빌 브라이슨이 과학자가 아닌 여행작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자료수집과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책입니다. 저는 2004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 여행을 하면서 이 책을 가지고 갔었는데, 고단한 여정 가운데에도 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밤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는 성철스님이 사부대중들을 위해 하신 말씀과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되신 후의 법어들을 모아서 엮은 책입니다. 책 제목에서 보듯이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는가를 질책하고, 진리를 깨우치기 위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유림>은 유교의 기원인 공자에서부터 유교의 완성자인 퇴계에 이르기까지 유교의 역사와 문화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유교가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유산이므로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소설의 형식이라 옛 성현들과의 만남이 지루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읽고 나면 머리가 풍족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14. 학장님께서는 어리셨을 적의 꿈이 무엇이셨습니까? 현재의 꿈은 무엇이십니까?

어렸을 때 슈바이처 전기를 읽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훌륭한 의사가 되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이 꿈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이(박정희대통령 시절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과학자와 공학자라는 말씀을 듣고 애국심이 불쑥 생겨서 순식간에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들어가서 전파기술을 연구할 때만 해도 우리 나라는 무선통신의 불모지였습니다. 유학 마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복귀하니 CDMA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이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동료 연구원들과 수많은 밤을 새워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감격의 순간을 거친 후 이제는 한국이 IT 기술의 변방에서 중심에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 꿈을 일순간에 바꾸신 그 선생님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한 때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주역처럼 여겨졌던 공학자들이었는데 요즘 날개가 꺾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앞으로의 제 꿈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공학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15. 일에 대한 슬럼프가 오신 적이 있으십니까? 있으셨다면 극복하시는 편이셨습니까?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방법이셨습니까?

어느 누구나 성과가 좋지 않은 시기가 있지 않나요? 성과에만 집착하면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고, 슬럼프에서 더 빠져 나오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해도 잘 되는 때가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때가 있습니다. 제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택한 방법은 ‘기다림’입니다.

16. 영화 ‘예스맨’을 보면, 주인공은 어떠한 무조건 ‘예스’를 하라는 강연을 듣고 계속된 ‘예스’라는 대답으로 성공가도를 달립니다. 학장님께서도 어떠한 일에서든 ‘예스’라고 답한다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 영화를 보지 못해서 ‘예스맨’이 끝까지 성공가도를 달렸는지 궁금하군요.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옳지 않은 방법으로 사는 인물이 승승장구하다가 결국은 고꾸라지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가 많던데요. 어떠한 일에서든 ‘예스’라고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다만 실제 환경에서 ‘노’를 하지 못하는 것은 사리판단을 하는 분별력이 없거나, 용기가 없거나, ‘예스’를 하여 얻을 이익에 대한 탐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에 있는 “성공적인 인생”에 대한 정의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지혜를 기르고,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 탐욕을 다스릴 줄 알게 되면 그 자체가 성공한 인생 아닙니까?

17. 학장님의 인생에서는 학장님께서 주인공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연기를 하다가 떠나는 것이 인생 아닙니까?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는 그가 주인공이고 저는 조연일 뿐이지요. 내 인생에 다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앉혀 놓는다거나,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은 모두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18. 학장님께도 인생의 ‘모범이 되는 사람(role-model)’이 존재합니까? 있으시다면 누구신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특정 사람을 가지고 role-model로 삼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그들이 가진 장점이나 좋은 습관을 배우도록 노력합니다. 다시 말해서 훌륭한 사람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진 훌륭한 습관을 닮으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에 포커스를 맞추면 알려지지 않은 그 사람의 단점을 발견했을 때 role-model 자체가 무너져버릴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장점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장점만 받아들인다면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9. 어느 책에 따르면 20대 때에는 많이 경험하고 부딪쳐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눈부신 30대를 맞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학장님의 20대는 어떠셨습니까? 그리고 지금의 20대, 그리고 30대를 바라보시며 어떠한 말씀을 해 주시고 싶으십니까?

많이 경험하고 부딪쳐봐야 한다는 말에 공감은 합니다만 자기 철학이 없는 천방지축의 경험은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을 보면 크게 성공한 인생을 산 사람과 실패한 인생을 산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많이 경험하고 실수를 해 본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성공한 사람은 실수할 때마다 지혜를 얻어 새로운 도약으로 삼은 사람이고, 실패한 사람은 얻은 바 없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20대 시절 새로운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제 와서 삶에 대한 자산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값진 인생을 산 사람은 많은 지혜를 얻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경험하고 부딪치는 것은 지혜를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입니다. 몸으로 체험하는 것도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방편이지만 젊어서부터 마음을 닦아서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도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20. 학장님께서는 지금 행복하십니까?

행복하기보다는 만족한 줄 알고 살고 있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면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불행한 때가 있기 마련이지요. 힘든 일이 있더라도 모두가 나로 인해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면 고된 삶도 받아들일 수 있고 만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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